그들에게 감사한다.- 남영동 1985
보지말걸...
보지말걸.. 영화를 다 보고 드는 생각은 차라리 보지 말걸...
무서운 영화였다. 아주 끔찍한. 생각하기도 싫은 무서운 영화. 정말 소름끼치는건 실화였고
아직도 그 고통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현실..
80년대 고문이 행해지던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끌려온 한 사람. 거짓을 강요받으며 고문
당하는 내용으로 영화는 시작하고 맺는다. 고 김근태의원이 쓴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고 실제 고문 피해자들의 자문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자막이 흐른다. 고문.. 말로만
들었고 책으로만 읽었지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몰랐고 설마 저정도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끔찍했을까? 인간은 특별한 외상이 없는한 자신
에게 행해졌던 일을 기억한다. 특히 아주 끔찍한 일을 당하면 평생 그 일을 떠올리며 고통받
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받대로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자신에 기억을 지워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인간은 자기 방어에 수단으로 잊기도 하고 기억하기도 한다고 한다.
옛날 고김근태의원을 보면서 사람이 좀 어리버리해 보이고 몸도 불편해 보이고 도대체 저런
사람이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했다는건지. 단지 그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고 감옥에 갔다왔다
는 이유만으로 국회의원을 한다는 생각도 사실 없지 않아 있었다. 먼가 특유에 카리스마가 안
보인다고 할까 그냥 그랬다. 그분이 돌아 가시고 많은 언론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고문을 받아
파킨슨병으로 고생하셨다고 할때도 그냥 그런갑다 했다. 왜냐고 그 고문이라는 단어가 주는
고통을 알지도 알수도 없었으니. 단지 그냥 사전적으로 존재하는 고문이라는 단어가 던져주
는 의미만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영화를 다보고 드는 생각. 저런 고문을 받으면서도 민주화를 염원했다면 단지 보기
에 카리스마가 없었다고만 생각한 내가 얼마나 짧은 생각을 가지고 사는 철없는 아저씨인지
음.. 나라면 나라면 저런 고문을 이겨냈을까? 저런 수치심을 이겨냈을까? 그냥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면 살수도 있다는 생각에 담박에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을까? 설혹
내가 살아남아 그들을 다시 만났을때 그들을 용서 할 수 있었을까? 음...
이렇게 편하게 자판을 두들기며 내 생각을 적고 있을 수 있는 자유를 그 시절 누군가 심한 고
문을 이겨내며 얻은 축복된 선물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들에게 감사한다. 지금에 내가
누리는 자유를 자신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 주어서..
그들에게 고개 숙인다. 소외받은 사람을 외면하고 당장 내 밥그릇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한
한 나의 이기심을..